모로코
모로코에서 인맥 만들기
카사블랑카의 아침은 다른 나라의 대도시와 다를 것 없이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자동차들과 일터로 바쁘게 향하는 오토바이들로 뒤섞여 있는 복잡한 도로 위에서 시작된다. 간혹 삼륜 자동차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원활한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로코인들에게 그런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해서든 양 옆에 새로운 길을 만들고, 좁은 틈새를 끼어 들며 목표를 향해 과감한 운전을 이어간다. 여기저기에서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는 도로에서도 운전자들은 평정을 잃지 않고자신의 길을 간다.
모로코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있다. ‘인샤알라’, 이것은 신이 원한다면 이란 뜻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말이다.복잡한 도로위의 운전자들도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상황마저 ‘인샤알라’로 넘어간다.그들에게운명은 거부할 수 없는 신의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또한 그들에게 미래는 ‘인샤알라’로 결정되는 운명일 뿐이다.그래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신에게 귀속된다.그렇기 때문에 모로코 사람들을 대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인샤알라’를 대신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이런 상황을 대할 때우리가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는 아주 미묘한 문제이다.그들의 신앙을 존중하면서도 그와 다른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일은 외국인인 우리가 모로코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꼭 극복해야 하는 과제이다.
얼마전 필자는 가구 매장에서 작은 테이블을 주문한 일이 있었다.배달일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판매원은‘인샤알라’라는 말과 함께 일주일 후라고 말했지만,모로코 문화를 아는 필자는 구체적으로 4일안에 배달해 줄 것을 요구하고 몇번 더 확답을 받아냈다.그리고예상대로 4일 안에 탁자는 배달 되지 않았다.한번 더 독촉이 이루어진 후 며칠 뒤에 탁자가 배달되었다. ‘인샤알라’에 담긴 뜻을 이해한다면 언제든 약속이 미루어지거나 결정된 내용이 바뀌는 일은, 모로코인들에게 신의 뜻에 따르는 순리인 것이다.그렇다면 신의 뜻이 조금 더 앞당겨지도록 독촉하는 것은 우리의 몫인 것이다.
모로코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첫 시작은 서로의 뺨을 부딪치는 인사로 비롯된다.보통의 경우는 동성끼리 양쪽의 뺨을 번갈아가며 부딪치는 동시에 입맞춤의 소리를 낸다.그러나 가족간이나 가까운 친구 사이일 경우는 남녀 사이에서도 이와 같은 인사가 허용된다.서로의 친밀함을 표현하며 우리가 한편임을 증명하는 순간이기에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일이다.모로코에서 인맥은 가장 큰 파워를 가진다.관계를 만들기 위해 그들의 문화 안으로 들어 가는 첫 관문, 모로코 사람들과 얼굴을 대어 보자.때론 낯선 냄새를 맡으며끈적끈적한 땀도 함께 섞어야 하는 고충도 있지만, 그들을 내편으로 만드는 일에 이정도 쯤은 감수해야 한다.그들의 마음이 열리면 낯선 외국인의 힘겨운 타향살이를 동정하며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그러면서 모로코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언의 말도 아끼지 않는다.그리고 서로에게 신뢰가 생길 즈음이면 잊지않고 하는 말이 있다. “모로코 사람들 쉽게 믿으면 안된다.” 농담으로 받아야 할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모르는 대목이다.
몇번 따뜻한 민트차를 나눈 후 돈독해진 관계는 또 다시 확장된 관계로 이어진다.모로코 사람들은 서로의 인맥을 통해 서로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어쩌면 서로가 쉽게신뢰할 수 없는 문화 안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일 수도 있다.관계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다.그렇다면 외국인인 우리가 모로코 현지인의 신뢰를 얻어 낼 수 있다면, 우리에 대한 그 사람의 평판은 곧 우리의 얼굴이 될 것이다.
모로코 사람들에게 가족은 삶의 중심이다.가족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 가족의 안부를 묻고방문하는 것은 중요한 일과이다.개인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고있다는 정체성이 강하다.그래서 모로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 가족의 안부를 묻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모로코에 살면서 현지인의 가족 행사에 초대 받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가족을 얻는다는 의미를 가진다.필자가 모로코친구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 존경을 표현하고 모로코 문화대로 그들의 손에 입을 맞추었던 일이 있었다.그 후 필자가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환영 받게된 것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양파 껍질처럼 천천히 하나하나 배워가야 하는 모로코 문화, 그러나 그 깊이를 알수록 모로코인들의 삶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