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스탄 주는 델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두 지역의 분위기는 한참 떨어진 것처럼 차이가 많이 납니다. 라자스탄 주 안에는 타르(Thar)사막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인도에서 가장 큰 주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막의 존재로 인해 그들의 의복, 생활방식, 음식 등이 모두 사막이랑 관련이 있습니다. 라자스탄 주의 또 하나의 특징은 대대로 왕조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주들과는 달리 전통적인 왕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화를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라자스탄 주로 여행을 갈 때 첫 관문이 되는 곳은 자이푸르입니다. 핑크시티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어, 이 곳을 가기 전에 저 역시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도시 전체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핑크색은 아닙니다. 구시가지만 핑크색이고, 핑크색보다는 오히려 옅은 갈색에 가깝습니다. 기대와는 다른 이미지에 약간 실망을 했지만, 그 실망은 노을이 질 때 사라졌습니다. 노을빛을 반사하는 성벽의 아름다운 모습은 여전히 잊혀 지지 않고 제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라자스탄 주로 여행을 가게 되면, 약간의 지출을 감행하더라도 많은 음식들을 맛보시는 것을 추천 하는데, 라자스탄 주 도시들의 많은 음식들이 맛이 매우 훌륭합니다. 그래서 한 식당에서 맛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는데, 이미 몇 백 년 전부터 왕족들에게 음식을 진상했던 것이 노하우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왕족들에게 음식을 진상하기 위해서, 예전부터 라자스탄 주의 사람들은 음식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특히 왕조의 영향력이 가장 강했던 자이푸르 같은 경우는 다른 지역에서 맛 볼 수 없는 많은 음식들이 있습니다. 인도를 방문하시게 되면 꼭 맛보는 음료 중 하나가 라씨(Lassi)인데, 쉽게 말해서 인도식 요거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도에서 가장 맛있는 라씨 가게도 자이푸르에 있습니다. 관광객도 많았지만 오히려 현지인들로 인해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그런 집입니다. 훌륭한 라씨가 있는 이유는 왕족들이 자주 마셨던 것도 있지만, 왕족들이 자주 마신 이유는 사막 근처에 위치해서 덥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겨울이 아닌 이상 라자스탄은 항상 덥습니다. 제가 한 번은 2월 말에 라자스탄에 방문한 적 있었는데, 그 때도 잘 때 에어컨을 켜고 잤었습니다. 이만큼 덥기 때문에 시원한 음료인 라씨가 발전한 또 다른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음식들 같은 경우도 이 지역이 덥고 건조한 지역이다 보니, 다양한 재료를 구하기 힘들었고, 제한된 재료로 맛을 극대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대체로 음식들이 가열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음식들이 많습니다. 음식들은 먹어보면 약간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음식 자체에 수분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기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식위주의 식단이 발전하였습니다. 실제로도 라자스탄 주 국민들의 70%가 채식주의자이고, 이는 인도에서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인도 하면 종교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라자스탄에 살고 있는 인구의 88%정도가 힌두교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슬람교가 10%정도로 2위를 차지합니다. 라자스탄 주의 힌두교는 비슈누파가 압도적인데, 왕조들끼리 전쟁을 많이 한 이유 때문에 전쟁의 여신 두르가(Durga)와 그녀의 아바타들에 대해서도 같이 숭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를 타보면 차에는 항상 두르가의 사진이 있고, 상점에도 두르가와 관련된 조각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슬람교의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막상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무슬림들의 정해진 기도 시간 때문에 그런지 무슬림들이 무척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사막이라는 느낌 역시 중동에 와있다는 기분을 들게 해줍니다. 라자스탄 주는 파키스탄(Pakistan)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힌두교인들과 무슬림들의 사이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지역을 막상 방문했을 때, 이런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라자스탄 주에서 종교와 관련한 분쟁은 없다고 합니다.

라자스탄에 방문하게 되면, 가장 인상깊은 것은 사람들의 옷차림 입니다. 더위 때문에 라자스탄 사람들은 예전부터 여자들은 얇은 긴치마를 입었고, 자외선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에 베일을 썼습니다. 남자 같은 경우는 콧수염이 길면, 자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전히 라자스탄 주에서는 콧수염이 긴 남자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복에는 장신구들이 많이 달려있는데, 장신구가 많을수록 권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시장에 가도 장신구들이 많이 있고, 예전에 왕족들이 입던 의복 스타일의 옷을 많이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은 현대의 기성복을 많이 입지만,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전통 복장을 많이 입고 있습니다.

인도처럼 땅이 넓고 역사가 깊은 나라는 문화를 하나로 정의하기가 힘듭니다. 라자스탄 주의 독특한 문화는 그들의 역사와 같이 발전해왔고, 인도가 아닌 또 다른 나라라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곳은 외적의 침입을 항상 막아왔고, 그들의 문화를 보전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했습니다. 가장 인도다운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라자스탄 주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