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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 Global Bridge

GPPS Pride GyeongBuk

April 2018 Vol 41


일본
일본국기

일본의 취업활동 문화의 상징 : 리쿠르트 슈트

매년 봄이 오면 벚꽃이 만개하는 일본의 도쿄역 주변 마루노우치 지역. 이곳에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낯선 풍경이 나타난다. 젊은 대학생들이 똑같은 색, 똑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슈트를 입고 그리고 여성들은 베이지색의 프렌치 코트를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제복을 입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하나같이 똑같은 옷 그리고 같은 색의 구두를 신고 있다.
일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필자의 아내도 이러한 모습에 너무 놀라 물어왔다. 아내의 질문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의 일본생활서 이미 익숙해져버린 풍경에 대해 새삼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취직활동을 하는 일본의 대학교 3학년 학생들은 「리쿠르트 슈트(リクルートスーツ)」라고 부르는 복장을 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리쿠루트 슈트를 선호하게 된 문화적 배경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벚꽃이 피는 일본의 봄 거리를 활보하는 리쿠르트 슈트를 입은 청춘들의 모습에서 엿보이는 일본의 문화적 특징을 살펴보자.
리쿠르트 슈트는 현재 일본에서 취업 활동을 하는 동안 착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정장 스타일의 옷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기업들이 반드시 취직활동을 하는 구직자들이 리쿠르트 슈트를 입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취직활동을 하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과 같은 옷차림을 함으로써 눈에 띄지 않으며 무난한 인상을 주기 위한 옷차림으로 오랜 기간 동안 리쿠르트 슈트가 애용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리쿠르트 슈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일까? 먼저, 색상에 있어서 감색이나 회색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모양은 무지나 줄무늬, 체크 무늬 등이 있다. 남성은 정장, 여성은 여성 정장의 형태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감색 계통의 슈트를 많이 입어며, 여성들은 정장 바지 보다는 스커트를 애용하는 빈도수가 높다.
그렇다면, 일본의 취직활동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입어야 하는 리쿠르트 슈트는 언제부터 보편화되었을까? 리쿠르트 슈트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게 쓰이게 된 것은 1970 년대 말 무렵부터 이다. 그 이전에는 대학생들은 취직활동을 하는 경우, 입학 시에 구입한 교복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대학생들이 이 당시에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취직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교복을 입고 회사를 방문했다. 때문에, 당시의 취업 정보지를 찾아보면, 평상시에 입지 않는 교복을 입고 많은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도쿄역 근처의 마루노우치 부근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사진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1976년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세이쿄우(生協)」로 불리는 생협과 이세탄 백화점이 협력하여 취업활동을 위한 정장 특설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977년에는 모든 백화점이 취업활동을 위한 정장 특별 판매를 시작했고, 그 중 어느 한 판매원이 리쿠르트 슈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80년에 들어서면서, 백화점들은 앞 다투어 리쿠르트 슈트의 마케팅을 시작했고, 초가을 백화점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 후에, 「요후쿠의 아오야마(洋服の青山:양복의 아오야마) 」와 같은 정장 판매점들이 리쿠르트 슈트 판매전쟁에 뛰어들면서, 지금은 백화점을 제치고 시장의 상당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각 대학들의 취업정보센터에서 면접을 대비해 리쿠르트 슈트의 착용을 장려함으로써, 리쿠르트 슈트를 입지 않고는 취직활동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반화 되었다.
그렇다면, 리쿠르트 슈트가 대학생들의 취직활동이 전개하는 차원에서 하나의 관습처럼 정착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매너를 형성하는 첫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샐러리맨들의 대부분은 검은색과 감색 계통의 슈트를 입고 일한다. 바로 이러한 직장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대학생들이 기업을 방문할 때, 사전에 그와 비슷한 옷을 입고 면접을 보는 과정은 서로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고 있고, 그러한 예의가 바로 직장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가짐의 표현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기업을 찾아가서 면접을 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자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업문화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조직의 화합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개성이 강하거나, 주장이 강한 인물의 경우 기업조직에 융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학생들도 혹여 스스로 개성이 지나치게 들어나, 조직에 융화되기 어려운 존재로 여겨질까 조심하는데, 바로 리쿠르트 슈트는 자신의 개성을 적절히 감출 수 있는 도구인 것이다.
셋째로, 이것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본의 학교문화에서 나타나는 패션의 정형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인다. 일본의 학교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하나의 정형적인 틀이 있다. 예를 들면, 초등학생들은 란도셀이라고 불리는 일본 특유의 가방을 메고 다닌다.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은 하나같이 로파 타입의 하루타 구두를 신는다. 그리고 대학생들은 취직활동을 할 때 리쿠루트 슈트를 입는 것을 보면, 각 시기별로 정형적인 패션의 틀을 형성하는 문화가 학교문화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리쿠루트 슈트에 대해서는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겐이치로 씨는 리쿠루트 슈트와 같은 몰개성적인 문화가 다양성을 죽이고 창의성을 죽인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네티즌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언뜻 보면, 리쿠르트 슈트와 같은 획일화된 집단주의적인 문화가 창의성과 개성의 발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처럼 보인다. 그리고, 학생들이 눈에 띄지 않으려는 생각 역시 그러한 점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리쿠르트 슈트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 첫째로,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 비록 학생들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지만, 채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지만 모래밭에서도 보석은 빛나는 것처럼 눈에 띄는 인재는 들어나기 때문이다. 즉, 똑같은 조건에서 빛나는 인재를 발굴하기에는 리쿠르트 슈트를 입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리쿠르트 슈트는 취직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가장 저렴하게 효율적으로 취직 패션을 완성할 수 있는 수단이다. 만약, 리쿠르트 슈트가 없다면 학생들은 패션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함과 동시에, 그것이 경제적 부담으로 느껴졌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기업과 학생의 양자의 이해가 어우러져, 지난 40년 넘게 리쿠르트 슈트는 일본의 하나의 취직문화를 대표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보여진다.
우리는 흔히, 일본의 제복문화를 집단주의라는 하나의 단어로 쉽게 정의내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그 문화의 주체인 당사자들의 이해가 서로 얽혀있고 하나의 용어로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경북pride상품 일본 해외시장 조사원
윤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