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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 Global Bridge

GPPS Pride GyeongBuk

April 2018 Vol 41


차드

경제력과 욕구 사이의 균형이 반영된 차드인들의 주거문화

주거 공간은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사상 그리고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화적 요소이다. 한국은 이제 전통가옥이라 할 것이 박물관의 박재처럼 남은 한옥들 뿐이지만, 아직 현대화가 진행단계에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도시와 지방 전반에서 상당히 다양한 주거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차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차드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비해서도 비교적 늦은 1990년대 말부터 도시화와 현대화가 진행되어 전통적 형태의 가옥들이 여전히 큰 비중으로 남아있는 편이다. 또한 기후가 남부의 열대기후, 중부의 사바나 기후, 북부의 사막기후로 극적인 차이를 보이고, 종족 수만 해도 100여개에 달한다. 즉, 자연환경의 측면에서나 문화적 측면에서나 차드인들의 삶이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드의 도시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인구 대부분이 오아시스, 유목캠프, 작은 마을 등에서 농사를 짓거나 유목민으로 살아간다. 이들의 생계는 자연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형태, 공간의 사용, 이동 형태 그리고 재료의 선택 또한 기후 환경에 따라 결정되고, 더불어 지방민들의 경우에는 특정 종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을 ‘차드인’으로서의 자신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기 때문에 건물의 형태에 자신의 종족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도시에서는 철재지붕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해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전히 전통가옥들과 오두막 형태의 건물들을 더욱 눈에 띄인다.
광활한 사막에 거주하는 유목민들에게는 자신의 가축들의 충분한 먹이 섭취와 활동을 위한 충분한 토지를 확보하고, 가축들을 관찰하기에 용이한 자리에 텐트를 치고 몇 달 단위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텐트를 칠 때는 이웃한 유목민의 구역을 절대 침범하지 말아야하며, 자칫 그의 영역을 침범하였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 더욱 심각하게는 종족간의 무력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남부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이에 비하면 인구밀도가 훨씬 높은 편인데, 농업에는 노동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농어촌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마을 단위로 모여 산다. 이렇게 형성된 마을들은 인구증가를 거듭하며 도시로 발전하였는데, 차드 제 2의 도시인 아베셰(Abecheis)가 한 예이다. 아베셰의 가옥들은 흙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인데, 과거에는 구불구불한 도로들 사이에 친족 중심으로 모인 가옥들이 촌락을 형성했던 것이 현재는 도시 계획에 따라 대로 양쪽으로 블럭이 형성되어 있다.

지방에서는 사유재산에 대한 법적 개념이나 권한이 따로 있지 않고, 누가 가장 먼저 해당 토지에 정착을 했는지 또는 경작을 시작했는지에 따라 토지의 소유권이 결정된다. 목축, 어업, 경작이나 물 사용 등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에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전통에 기반한 관습법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기 때문에 분쟁 당사자들은 보편적으로 국가 사법기관이 아닌 지역 원로를 비롯한 리더들에게 자문과 중재를 구한다. 다만, 오늘날 차드 남부의 목화 재배지와 같이 사람이 주거하지 않고 환금성 작물이 재배되는 지역들은 사업자가 법적인 토지 구매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슬림들의 주택은 지역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의 공간으로 물리적인 분리 형태를 띠는 것이 특이하다. 가부장 사회인만큼 주방은 반드시 여성의 공간에 위치하고, 주거 공간 밖에 별도로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주방에는 창문도 없고, 다만 연기를 배출해 내기 위한 작은 환풍구만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연중 기온이 30도 이상인 환경에서 음식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지혜라 할 수 있다.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빛을 차단하고, 연기를 모아 내보냄으로써 파리나 모기가 들어오는 것 또한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이웃과 친지 방문은 차드인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차드인들의 가정에는 항상 손님을 위한 응접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수도 은자메나는 1900년 프랑스 식민지배기에 건설된 도시로, 1980년에서 1982년까지 지속된 전쟁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후에는 중앙아프리카의 내전으로 난민이 폭발적으로 유입되면서, 도시계획과 인프라 개발이 인구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석유 개발로 현대화에 가속도가 붙자 전통가옥들이 허물어지고 콘크리트 건물들이 하나하나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버겁다는 것이다. 참고로, 2017년 기준으로 새로 건축된 주택들 중 가장 저렴한 것이 $25,000이었다.
그런데 은행 대출이나 모기지론의 경우 조건이 까다로울뿐더러 최소 이자 5%에 최소 원금 상환 비율도 월 기준 원금의 10% 이상이기 때문에 서민들로써는 ‘그림의 떡’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친족 간의 원조와 배려에 의존하여 주택을 구매하거나 세입자로 거주하는 것이다. 소위 ‘먹고 살만한’ 가정에서는 아들이 혼인 후 독립할 수 있도록 미리 주택을 마련해 두는 것이 관습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아들의 혼수를 일찍부터 준비해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드의 상류층이 거주하는 주택은 어떨까? 차드의 상류사회는 대규모 무역업자나 토지자산가, 정부 요직에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며, 95% 이상이 은자메나에 거주한다. 최근에는 이들을 위한 빌라 단지가 속속들이 조성되고 있는데, 일반 주택들 사이에 뒤섞여 있을 경우에는 단지 높은 벽과 경비를 두는 것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부를 드러내는 것이 가장 수치스럽고, 예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는 차드 사회에서는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부의 과시보다 평범하게 사는 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벽은 보안의 역할에 더불어 주택의 시설과 내부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음으로서 이웃들로 하여금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중산층은 공무원, 상인, 영리기업에 종사하는 자들로 대표되며, 이들의 주거 형태는 차드의 도시화와 현대화의 정도를 가장 잘 나타낸다. 중산층은 큰 변화가 없고, 꾸준한 수입을 바탕으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콘크리트 건물을 지은 다음, 그때그때 시장에서 공급되는 재료와 트렌드에 맞춰 주택을 확장, 채워나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늘어나는 가족 구성원에 따라 살림살이를 차차 늘려나가는 기쁨을 즐긴다. 다만, 시장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반면에 증산층의 구매력은 꽤 긴 텀을 동반하기 때문에, 건물의 외관이나 실내 장식이 조화롭지 않고, 어색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2년 동안 관찰되는 건축 트렌드는 다소 복잡한 형태로 만들어진 창틀과 문, 샹들리에 그리고 타일이 대표적이다. 가족구성원의 숫자가 최소 6명 이상인 차드인들의 가정에서는 미니멀리즘이 추구된다. 최근 차드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터키의 한 가구회사와 미팅을 가지기도 했지만, 사실 차드인들은 신혼살림을 꾸릴 때를 제외하고는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에 전혀 수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주택에 베이직하고 실용적이며, 부를 과시하지 않는 선에서 집을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이 더욱 매력적이다. 이렇게 자신의 집의 기본 구성 요소들을 계속해서 보완, 교체해나가는 과정에서 차드인들은 일종의 성취감과 경제수준의 상승을 실감하기를 즐긴다. 이는 어떠한 관점에서 보면 경제침체로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려운 구매력과 더 나은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차드인들 나름의 절제행위일 수도 있다. 차드를 비롯한 주변국들 또한 대부분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데, 특별히 진출을 희망하는 건축 또는 인테리어 시장이 아프리카 지역에 속하고, 중산층 무슬림이 대다수인 국가라면, 위의 내용들을 참고하여 타겟 아이템들을 선정하기를 권한다.

경북pride상품 차드 해외시장 조사원
엄진아